웹툰은 90년대 후반부터 축소되었던 한국 출판만화 시장의 어려움을 딛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질적·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현시점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대중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다양하고 많은 웹툰 중에서 2020년 부천만화대상으로 선정된 심우도 작가의 「우두커니」는 많은 웹툰 장르 중에서도 치매를 다룬 드라마로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이 투영된 작품입니다.

‘심우도’라는 이름은 이야기를 전담하는 심흥아, 그림을 그리는 우영민 두 부부작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두커니」는 2017년 여름부터 2018년 봄을 배경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과 병간호하는 가족의 모습을 시간과 서사에 따라 지켜보는 작품입니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에서 반복 사용된 치매라는 소재를 딸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관점에서 그려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돋보입니다. 또한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불안하고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한숨을 쉬며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는 치매라는 병이 본인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실감하게 만듭니다.

특히 「우두커니」에서는 극한의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디테일한 장면들이 눈에 띄는데 표정, 냄새, 소리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현장감이 웹툰의 수준을 더욱 한 차원 높게 만들어 주는 재료이자 좋은 작품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무서울 정도의 의심, 분노, 짜증, 증오가 한 데 묶인 치매환자의 증상. 다소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슬픔과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오기에 심우도 작가는 감정과 이야기를 이에 집중하면서도 담담하게 연출하는 미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인생은 배우고, 잃고, 살아가는 것.

「우두커니」는 최근 들어 본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드라마, 삶의 웹툰이라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천만화대상은 2회에 강풀 작가의 「아파트」, 2017년에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에 대상을 수상한 공신력 있는 선택으로 권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수상작품들로 가득한 역대 부천만화대상 작품들 중 2019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인 이무기 작가의 「곱게 자란 자식」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중 최고봉이라고 꼽을 수 있는 웹툰입니다.

이무기 작가의 작화와 연출,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일품으로 여타의 작품들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 정도의 사실성을 갖추고 구현을 할 수 있는 작가가 국내에 얼마나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떠오를 정도로 뚜렷한 외곽선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입술의 일그러짐과 고르지 못한 치열, 살짝 삐져나오는 침방울 등 이 정도의 데포르메가 진행된 그림에 정교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극한의 작화력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 순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먹구름이 오고 간다든지 작중 간난이가 초반에 나무 뒤에 숨는 장면, 문지방 앞에서 오빠의 이야기를 엿듣는 장면 등의 연출력은 연출의 밀도가 떨어지고 있는 작금의 웹툰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만한 부분입니다. 일제강정기 그 수탈의 시대. 극한의 광기에 사로잡힌 제국주의 치하에서 기구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간난이의 생을 그려낸 「곱게 자란 자식」은 절망의 시대를 완벽하게 그려낸 걸작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